세바다 활동/성명 및 논평

[2021.03.17] 트위터는 신경전형인만을 위한 SNS인가

[성명서] 트위터는 신경전형인만을 위한 SNS인가


- 신경다양인에 대한 혐오발언을 제재하라



  2021년 2월 11일, 어느 신경다양인 동지가 트위터에서 한국의 교통사고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을 때 다른 유저가 그에게 "역시 자폐새끼는 이래서 안됨 ㅋㅋ"이라는 폭언을 하었다. 우리는 악의에 가득 찬 트윗을 보고 경악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 특히 그 사람이 신경다양인이라면 그의 소수자성까지 모욕해도 된다는 발상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피해 동지는 트위터에 해당 발언을 신고하였다. 트위터 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트위터 운영원칙을 위반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였다.

  3월 17일 오늘, 해당 동지가 또 신경다양인 혐오발언을 들어야만 했다. "너는 소수자가 아니었어도 사회성 떨어지는 등신 찐따새끼였다고...." 신경다양인이라면 "사회성 떨어지는" "찐따새끼"라는 말이 얼마나 모욕적인지 알 것이다. 신경전형인 위주의 기존 사회에 완벽히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신경다양인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이다. 더군다나 "등신"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사용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장해온 장애인 혐오 단어이다. 이 역시 해당 동지가 트위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다.

  트위터의 신고 항목을 보면 "특정 사용자를 괴롭히는 내용이 있습니다."와 "보호받아야 할 범주(예: 인종, 종교, 성별, 정체성, 장애)에 대한 혐오를 조장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해당 동지가 들은 혐오발언은 양쪽 모두에 해당하지만 트위터는 그의 신고를 외면하였다. 도대체 해당 트윗들의 어느 부분이 트위터 운영원칙에 부합하는가? 독자 여러분께 판단을 부탁한다. 해당 동지와 우리들이 해당 트윗들을 보고 느낀 분노가 정말로 과민한 것인가?

  트위터는 그동안 트위터 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의 계정들을 수도 없이 정지해왔다. 성착취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 사이버불링을 주도하는 사람, 의회 테러를 선동했던 트럼프 등이 그 대상이다. 물론 트위터의 이런 노고는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트위터의 노력이 신경다양인과 그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트위터가 정의하는 "보호받아야 할 범주"에서 신경다양인이 빠져있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트위터 내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그저 반쪽짜리 유저 보호일 뿐이다. 아니, 신경다양인에게는 그 반쪽조차 의미없게 느껴질 뿐이다. 내가 가진 여러 소수자성을 트위터에서 보호한다 하더라도 신경다양성만 보호받을 수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인 나의 정체성과 신경다양인 정체성을 어떻게 완벽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애초에 소수자성이 분리가 가능한 것인가?

  신경다양인과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결코 존중하고 보호하지 않았던 페이스북을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은 결국 어떻게 되었나? 극도록 우경화된 나머지 대부분의 유저가 지쳐서 페이스북을 떠났다. 지금 페이스북은 광고계정과 소수의 이용자들이 남아서 혐오발언을 끊임없이 내뱉는 곳이 되었다. 당신들의 미래도 이렇게 되길 바라는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주변으로 범죄가 생겨나고 확산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신경다양인에 대한 혐오발언이 바로 깨진 유리창이다. 이러한 혐오발언을 계속 방치한다면 트위터가 그렇게 자랑해온 소수자 프렌들리의 가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트위터는 혐오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트위터 코리아와 본사는 우리 신경다양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2021317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3Oceans) 단체출범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