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엄태영 외 10인의 의원님께 드리는 글
-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실종아동법 개악에 반대합니다
안녕하세요, 미등록 정신장애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을 씁니다.
정신적 장애인의 실종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시도에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개정안을 살펴보면 실종 문제에 관심을 가진 만큼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 문제를 깊이 고민하신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이 법이 정신적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법이 되기보단 당사자의 인권을 후퇴시킬 수 있는 악법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보호자(친권자)의 신청만으로 위치 추적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잘못되었습니다. 장애인에게 위치 추적 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당사자의 신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으로 본인이 직접 그 내용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권입니다. 의원님 보호자께서 실종 예방을 위해 의원님 몸에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야 한다고 하면 동의하시겠습니까? 본인의 일이라면 반대하실 일을 왜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강요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적 장애인도 인격권이 있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헌법에도 나와있듯 모든 국민은 평등합니다. 정신적 장애인이라고 해서 보편적 인권의 예외가 되어선 안 됩니다.
둘째, 개정안에 따르면 위치 추적 장치가 부착된 장애인의 보호자는 장애인의 신변에 위험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당사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보호자를 가장한 장애인 학대자들의 학대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보호시설 종사자가 아니라 친권자, 후견인만 적용된다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후견인인 자신의 아버지의 학대 행위를 고발한 사실이 있으며,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년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가족 및 친인척이 학대행위자인 경우가 945건 중 26.8%에 달합니다. 모든 보호자가 장애인에게 안전한 존재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설령 보호자가 장애인을 학대하지 않더라도 이 조항 자체가 인권침해입니다.
셋째, 보호자가 없는 장애인은 실종 예방 대책에서 제외되어 보호받지 못합니다. 어떤 당사자는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실종에서 어느 정도 보호되는데, 어떤 당사자는 보호자가 없어서 길가를 배회하다 무연고 행려병자로 병원에 실려가 눈을 감거나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도 보호받지 못합니다. 보호자의 유무에 따라 선택적으로 보호받는 생명권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의원님,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장애인의 친권자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마시고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과 보편 인권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을 고려한 실종 예방 대책을 다시 세워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1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