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다 활동/성명 및 논평

[2021.12.24] 정신적 장애인들에게는 살아있을 권리조차 없는가

[성명서] 정신적 장애인들에게는 살아있을 권리조차 없는가

- 정신적 장애인을 살해한 가족에 대한 사면에 반대한다

 

  조현병 당사자인 딸을 살해한 60A씨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게 됐다. 그는 딸이 중학생 때 조현병을 진단받자 퇴직하고 23년간 딸을 돌봤다. 그러다 딸이 약물치료를 거부하고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살해했다. 변호인은 그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기각했다.

 

  이 사건 외에도 정신적 장애인이 보호자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2018년에 노모가 자폐성 장애인인 40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20204, 한 어머니가 생후 4개월 된 발달장애인 아들을 살해하였다. 202111, 담양군에서 발달장애인 자녀와 노모를 부양하던 사람이 이들 가족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었다. 장애인을 돌보기 어렵다거나, 자식이 장애인으로 살아갈 것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살해당한 피해자는 말이 없다. 피해자의 실제 삶이 어땠을지 가정 내에서 피해자와 보호자의 관계는 어땠을지 가해자들의 말만 들어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살인은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동반 자살에서 자식 살해 후 자살로 바뀌고 있듯이, 정신적 장애인 가족 살해 역시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신적 장애인 역시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 숨 쉬는, 인권을 가진 생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정신적 장애인들에게 큰 실망과 절망을 안겨주었다. 만약 대통령이 조현병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과연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 이번 사면 조치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50만 명의 조현병 당사자들은 보호자에 의해 목숨을 잃을까 공포에 떨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신적 장애인과 그 가족이 직면한 문제에 정말 관심이 있었다면,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자립하고 노동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돌봄 구조 개편에 대한 노력 없이 살인자를 사면하는 것은 정신적 장애인을 살해하는 보호자를 양산해낼 뿐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문재인 대통령은 A씨의 사면을 취소하라.

  2. 보건복지부는 정신적 장애인의 탈시설과 탈가정 자립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라.

  3. 정부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라.

 

  우리는 꿈꾼다. 정신적 장애인이 더 이상 가족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그리하여 정신적 장애인이 더 이상 생명권을 침해당하지 않고 한 사람의 주권자로서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정부는 우리들의 외침에 응답하라.

 

20211224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