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컴퓨터 천재 앨런 튜링과 신경다양성
- 세바다 단체준비위원회 활동가 리얼리즘(활동명) • 홍시영(활동명)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1912-1954)이 신경다양인이라면 믿으시겠어요? 그는 유니버설 튜링 머신을 개념화하고 독일 잠수함에서 사용된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확률론과 수학논리와 인공지능 그리고 생물학까지 다재다능한 과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생애를 살펴볼까요?
앨런 튜링은 1912년에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과학에 매료되었고, 특히 화학과 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그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선생님들도 그런 그를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특별 프로그램을 계획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수학에서 성적 쾌감을 얻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수학과 숫자에 대한 강한 관심과 집착을 보였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또래와 교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공립학교에서 반장을 할 때에도 친구들을 통제하지 못해 놀림을 받았습니다. 학교 친구인 크리스토퍼 모콤을 사랑하기도 하였으나, 그가 죽은 후 그는 대학 내에서도 외톨이로 지냈습니다. 행정 업무나 회의 역시 그에게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는 자신의 외모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다소 특이한 말하기 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심한 발달 지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언어 표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높은 음조의 목소리도 가진 그는 날카로운 말더듬과 우렁찬 웃음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문장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했습니다. 그는 신분증에 아무것도 쓰지 말라는 지시를 잘못 이해하여 서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언어적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몇몇 사진들에서 특이하고 뻣뻣한 시선이 관찰됩니다.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그의 행동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튜링은 잠자리에 들 때 항상 사과를 먹었습니다. 죽음 직전에도 깨물었던 그의 사과는 그의 고집스러운 루틴을 보여줍니다.
그의 특이한 생애를 살펴보건대, 앨런 튜링은 아스퍼거 증후군(현재는 자폐 스펙트럼으로 통합됨) 당사자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사후 진단만으로 그가 아스피(아스퍼거 당사자)였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많은 기록은 그의 신경다양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경다양성이란, 앨런 튜링처럼 신경 발달이 일반적이지 않아 또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다양성의 이름 아래 존중하고 포용하는 운동입니다. 자폐, 비언어적 학습장애, ADHD, 조현병 스펙트럼, 기분장애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정신의학적 비정상으로 치부되었던 특별한 삶의 방식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자는 것이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도, 학습에 어려움을 갖거나 충동적인 사람도, 환각이나 기분 증상을 경험하는 이들도 그저 다양한 삶의 방식일 뿐입니다.
신경다양인들은 독특하고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타인을 상하관계로 나누어 차별하려는 관념이 없으며 관심 있는 분야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입니다. 이러한 신경다양인 당사자들의 특성과 장점을 학교, 가정, 지역 사회, 직장 등에서 이해하며 포용하며, 그들을 수용하려고 할 때 이들의 단점들로 보였던 특이한 모습들은 장점들로 나타날 것입니다. 신경다양인이 앨런 튜링처럼 천재성을 발휘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 평범한 삶을 누리며 행복하게 성장할 것인지,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인지는 신경다양인 본인과 주변인 그리고 사회 모두에게 달려있습니다.
참고문헌
O’Connell, H., & Fitzgerald, M. (2003). Did Alan Turing have Asperger’s syndrome? Irish Journal of Psychological Medicine, 20(1), 28–31. https://doi.org/10.1017/s0790966700007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