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바다 단체준비위원회 대표 리얼리즘
우리가 흔히 보는 숫자에 색과 형태가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숫자에서 감정과 질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수학 천재라면 믿을 수 있나요? 오늘 소개할 인물은 영국의 작가 대니얼 태멋(Daniel Tammet, 1979~)입니다.
대니얼 태멋은 24세의 나이에 2004년 영국 BBC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믿을 수 없는 두뇌를 가진 청년’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는 1부터 10,000까지의 수에서 색과 형태, 감정과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그 범위의 숫자들 중 소수(1보다 큰 자연수 중 1과 자신만을 약수로 가지는 수)인지 일반적인 합성수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TED 강연에서 1을 흰색 빛의 섬광으로, 6을 작고 슬픈 블랙홀로 나타내었으며, 원주율(파이)의 첫 20자리로 독특한 풍경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5시간 동안 원주율 22,514자리를 암송하기도 하였으며 원주율 암기 유럽 기록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태멋은 수학적 능력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도 매우 우수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며, 프랑스어, 핀란드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리투아니아어, 루마니아어, 에스토니아어, 아이슬란드어, 웨일스어, 에스페란토어를 할 수 있습니다. 맨티라는 인공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이슬란드어의 경우는 일주일 동안 배운 후 TV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입니다. 그의 놀라운 언어 능력은 새로운 언어를 습득할 때뿐만 아니라 문학을 감상할 때도 드러납니다. TED 강연에서 소설 문장의 각 단어를 숫자와 연결해 특별한 느낌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원주율 외우기나 다양한 언어 습득 등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상을 지각하는 근본적인 방식에 있어 다른 사람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수와 언어에 대한 공감각적 지각은 놀라운 수준이며, 수학 계산을 할 때도 수를 도식화하여 아주 쉽게 풀어냅니다. 그는 강연에서 64*75를 체스판에 대입하여 단숨에 풀어내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문학 구절에서 작가가 특정 단어를 선택한 이유를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저는 우리의 개별적 지각이 우리가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는지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대니얼 태멋의 놀라운 능력과 통찰력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는 다섯 살 때 심한 발작을 앓고 나서 아스퍼거 증후군(현재는 자폐 스펙트럼으로 통합됨)과 서번트 증후군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주로 사회성에 문제를 겪는 다소 경한 자폐의 일종이며, 서번트 증후군은 뇌가 기능 장애를 입었을 때 그 보상으로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천재를 떠올릴 때 ‘모든 게 완벽한’, ‘일반인보다 더 우월한’ 이미지를 상상하곤 합니다. 그러니 숫자와 언어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대니얼 태멋이 자폐 당사자라는 사실을 쉽게 깨닫거나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폐 당사자가 천재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사고 속에 있는 ‘천재가 발달장애를 가졌을 리 없다’, ‘자폐 당사자는 비장애인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라는 편견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자폐 진단을 받거나, 자폐 성향이 있거나, 자폐로 추정되는 인물 중에 천재들이 많습니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많은 자폐인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폐 당사자들의 장점에 주목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주변에 자폐 당사자가 있다면 오늘 하루는 소소한 칭찬과 격려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문헌
해당 편집자, <대니얼 태멋>, <<위키백과>>, 2021.05.02. 열람
대니얼 태멋, <Different ways of knowing>, <<TED>>, 2011.06.22.
서상훈, <기억력 챔피언과 서번트 증후군은 무엇이 다를까?>, 2018.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