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자폐당사자 살해와 고통에 왜 당사자는 조용해야 하는가
우려했던 대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간 자폐당사자의 고통이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더인디고의 보도1)에 따르면, 장혜영 의원실이 COVID-19 확진자 발생 이후부터 2022년 3월 말까지의 정보공개를 받은 결과 자폐당사자 확진자가 전체 등록자 중 23.3%(7,184명), 지적당사자 확진자가 전체 등록자 중 16.1%(34,863명)으로 타 장애인보다 더 높은 유병률을 보여 장애적 취약성을 확증했다.
이러한 결과가 예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논문에 따르면2) 보건복지부는 재가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들을 백신 공급 취약계층에서 설계단계부터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에 보건복지부 수장이 ‘장애인을 코로나19 취약계층이라고 말하는 것이 장애차별’이라고 말한 것을 생각 했을 때 보건복지부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해 왔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겠다.
자폐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 겪은 심리적 압박과 고통은 다른 객관적인 증거로도 확인된다. 지난 해 울산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표한 조사3)에서 부모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의 코로나 이전 정신소진도가 높아졌으며, 자폐당사자들은 지적당사자에 비해 상당히 높은 스트레스 민감도를 보여준 바 있다. 따라서 자폐당사자들이 그동안 받아온 막대한 고통은 국가의 보상 대상일 터인데, 이전 정부나 현 정부나 여전히 자영업자들의 피해 보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가 장애인을 인간도 아닌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와중에 발달장애인을 외국인 불법노동자로 오인해 체포하고, 부모들이 받는 양육 스트레스 로 인해 발달장애인 부모의 자살과 당사자 대상 타살이 잇따르고 있다. 신경다양인의 고통이 코로나19에 더해 이러한 참담한 사태들로 인해 점층되고 있는데도 대한민국 행정부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려는 모습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회피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국격에 먹칠만 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지점은 ‘발달장애인’, 특히 자폐당사자의 살인사건에 대해 최근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적극적으로 애도하며 당사자의 고통에 공감하기보다 가해자인 부모의 어려움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부모연대는 상황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증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을 외친다. 원칙적으로 올바른 주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들어갔는가. 지적장애인 중심 단체인 한국피플퍼스트(장지공)가 행사에 참가하면 자폐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절차는 마무리된 것인가. 발달장 애인 국가책임제와 관련하여 estas가 작년부터 해당 제도의 내용과 관련된 협의를 요구하고, 유 엔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정책과정 참여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다양성 단체들과의 소통을 피한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자폐당사자들이 살해당하고, 신경다양인이 계속해서 괴롭힘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정책적 관심도 공론장도 부모에게만 집중된 덕에 가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이 자폐당 사자들의 목소리를 빼앗아가고 있다. 발달장애계는 당사자들이 아닌 부모들의 공간이며, 당사자 단체는 ‘장판’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 그분들의 진심인지 여쭙고 싶다. 만일 그렇다면, 분명히 답한다. 우리는 부모에 의해 대변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대화의 문을 열고, 협의에 참여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4조 3항을 준수한다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에 연대할 수 있음을 밝힌다. 한편 우리는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만 전가해 부모들을 몹쓸 가해자로 만드는 사회구조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생명권 등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환경 구축을 촉구한다.
지난 3월 1일은 장애 애도의 날(Disability Day of Mourning)이었다. 이날도 국내에서는 당사자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던 반면, 해외에서는 수많은 자폐당사자와 장애당사자들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어야만 했던 ‘피살자’들을 추도했다. 장애 애도의 날 익일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으로 다시 직면해야 한 우리의 슬픈 현실은 기본적 인권 원칙을 되새겨주고 있다. 당사자의 고통과 인권을 외치는 주체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책의 일방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당사자를 대체할 수 없다. 고인이 된 자폐당사자들이 지금이라도 편안히 안식하길 기원한다.
2022년 6월 9일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
1) 이용석(2022), 코로나19 사망자, 3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니!!!, 더인디고. 2022. 5. 27. 2022. 6. 6. 확인. https://theindigo.co.kr/archives/34549
2) Choi MJ, Choi WS, Seong H, Choi JY, Kim JH, Kim YJ, et al. Developing a framework for pandemic COVID-19 vaccine allocation: a modified Delphi consensus study in Korea. J Korean Med Sci. 2021; 36(23):e166. doi:10.3346/jkms.2021.36.e166 PMID: 34128597.
3) 조향숙, 김민경, 최미영, 정영규(2021), 팬데믹시대(COVID-19)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울산장애인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