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탈시설이 방역이다
- 시설 수용이 계속되는 한 집단감염은 계속된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청도대남병원이 있었다. 대남병원 사태는 정신과 병동 입원자 104명 중 102명을 감염시켰으며, 7명을 사망으로 내몰았다. 최초의 코로나-19 사망자 역시 이 병원 정신병동 입원자였다. 그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42킬로에 불과하였다. 두 번째 사망자는 생전 확진 후 병원을 나서면서 “바깥 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말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는 확진 후 타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 10년 간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게다가 제대로 된 병상 하나 없이 온돌 바닥에 환자들을 수용하는 대남병원의 환경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후 대구 제2미주병원에서, 정신요양시설 박애원에서, 다나병원에서 정신과 환자들의 집단감염은 계속됐다. 2021년 10월 28일, 창원시의 한 정신과 병동에서 117명이 감염되었다. 그 중 환자는 110명, 직원은 7명이었다. 이들은 백신 2차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로, 돌파감염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6월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중 752명이 정신질환자로, 37.3%를 기록했다.
정신병동에서 집단감염의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로, 정신과 병동의 특수한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창문과 출입구가 폐쇄되어 환기가 어려우며, 입원자들은 공용 공간에서 24시간 함께 생활한다. 그룹 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밀접 접촉을 높인다. 또한 입원자들은 정신 증상으로 인해 자신의 신체 변화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우며, 적절한 음식 섭취와 개인 위생 관리가 어렵다. 활동반경이 협소하고 운동량이 적은 생활은 근육량의 부족과 면역력 저하를 불러온다. 정신병동의 비극은 정신과 병동 자체의 환경 문제와 입원자 개개인에게 돌봄과 간호 역량이 집중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결합되어 나타난다.
집단감염 이후의 대처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정신과 병동들은 코호트 격리(동일한 병원체에 노출되거나 감염을 가진 환자군을 함께 격리)가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오히려 집단감염과 사망률을 악화시킨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확진된 환자들이 개별 격리되어 세심한 관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집단 수용의 반복과 외부의 무관심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코호트 격리는 정신과 병동, 요양원, 정신요양원, 사회복지시설 등 사회적 약자들이 수용되는 시설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와 정신적 장애인을 병동과 시설로 계속해서 수용하는 것은 정신질환자와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를 사지로 모는 것이다. 이들의 집단감염은 면역력이 부족한 당사자들을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에 밀접 수용했기 때문에 생겼다. 또한 병원과 시설이 당사자들에게 자신의 신체증상을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지 않고 약물 치료에만 집중한 것은 병원과 정신요양시설, 장애인 시설이 정신적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재적응을 위한 곳이 아니라 당사자들을 화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곳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한다.
결국 비명 하나 지르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은 정신질환자와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들이다. 정신적 장애인의 죽음은 끝나지 않는 행진처럼 계속되고 있다. 이 죽음을 멈추는 방법은 탈시설 정책의 적극적인 시행이다. 정신적 장애인들이 시설에 수용되지 않고, 사회에서 다른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 때 집단감염은 멈출 수 있다.
2021년 10월 29일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