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다 활동/성명 및 논평

[2021.10.26] 제목은 F20(조현병), 결론은 ‘당사자를 피하자’?

[성명서] 제목은 F20(조현병), 결론은 당사자를 피하자’?

- 정신장애인을 혐오하지 말라는 의도는 핑계에 불과했나

 

  2021106, 조현병을 다룬 영화 <F20>이 개봉됐다. 이 영화는 조현병 당사자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두려워한 나머지 극단적으로 타락해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에서 주된 사건은 무고한 길고양이를 누가 죽였는지에 관한 것이다. 조현병 당사자인 유찬네 집은 주민들의 편견 어린 시선과 의심을 받고, 유찬의 어머니 경화는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또 다른 조현병 당사자의 어머니 애란은 유찬네 가족들로 인해 아들의 조현병이 밝혀질까봐 두려워하며 끝내 범죄를 벌인다.

 

  조현병 당사자를 범죄와 결부시키고 가족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으로 인해 이 영화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정신장애인 독립언론 마인드포스트의 기자인 이관형 씨는 6이 영화는 당사자보다 가족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으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의 장애인 단체는 20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영화의 상영 중단을 요구하였다.

 

  홍은미 감독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 배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현대 우리 사회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제작 의도를 밝혔지만 정작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다. 비판하는 이들이 일부’, ‘예민한’, ‘극성정신장애인들이라서가 아니다. 홍 감독은 자극적인 전개와 연출에만 집착한 나머지 영화의 메시지를 흐렸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정신장애인들을 아프게 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것인지, 정신장애인을 비난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영화의 제작 의도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해놓고 조현병 당사자들에 대한 자극적인 표현, 지나치게 노골적인 대사, 끔찍한 동물 살해 장면, 조현병 당사자 가족의 범죄만을 다룬다면 이 영화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영화에서 조현병 세미나 강사는 70%가 약물로 증상이 호전되며, 3분의 1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주위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가 치료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서도 그러한 내용을 밝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장치는 구색 맞추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영화의 메시지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우리가 분노하는 점은 조현병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정작 조현병 당사자인 도훈과 유찬의 목소리는 없다는 것이다. 비장애인인 애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영화에서 당사자들은 철저한 외부인으로 그려지며,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이들의 목소리는 웃기시네, 엄마 걱정하는 거겠지. 남들에게 소문나서 쪽팔릴까봐.”, “벌레가 이렇게 기어 나오는데(환시와 환촉을 의미)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도훈의 대사와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약 먹으면 머리 아프니까 안 먹지.”라는 유찬의 혼잣말이 전부이다. 조현병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조현병 당사자의 목소리를 생략한다는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기만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KBSWavve<F20>의 상영과 방영을 중단하라. 제작사인 KBS와 몬스터유니온은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사과하라. 미디어계는 신경다양인(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작품과 매체를 만들 때 장애인 인권과 신경다양성 관점을 반영하라.

 

  미디어가 정신적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미디어가 정신적 장애인과 신경다양인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날이 오길 기다리며 우리는 감시와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11026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3Oceans) 단체출범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