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다 활동/성명 및 논평

[2021.08.28] 자기결정권 침해가 야기한 죽음,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성명서] 자기결정권 침해가 야기한 죽음, 더는 용납할 수 없다

- 언제까지 억지로죽일 것인가

 

  국내 사회복지계에 만연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결여가 낳은 대참사가 일어났다. 202186일 낮 인천 연수구의 장애인보호센터에서 자폐성 장애 1급인 장희원 씨가 숨졌다. 싫어하는 음식을 시설 측에서 억지로 먹이다 음식물이 기도에 들어가 질식사한 것이다.

 

  장 씨는 사건 당시 명백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이를 무시했다. 장애 당사자에 대한 전문적 지식 부족과 자기결정권 침해가 한 생명을 앗아갔다. 응급처치 또한 미숙한 대처를 보여줬으며, 이는 시설 내 응급상황 시 필요한 가이드라인도 부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장애인 보호시설이라는 전문기관의 종사자이지만, 이들이 보여준 폭력적인 행위와 부실한 대처는 전문가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었다.

 

  하물며 장 씨의 유족들은 사건 발생 3일이 지나서야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학대가 발생할 경우 CCTV를 열람할 수 있는 관련 조항이 없어 경찰이 열람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장애인복지법에 CCTV 열람과 같은 이용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규정되지 않은 것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피해자 유족들이 고소를 하고 입건이 진행되기까지 장장 20일이 걸렸다. 이는 가해자가 중요한 단서를 폐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경찰과 재판부에 요구한다.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여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내리라. 경찰은 그동안 수사가 느렸던 것을 반성하고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하라. 재판부는 반성을 핑계로 감형하지 말고 그들의 죄에 합당한 형량을 판결하라.

 

 또한 우리는 사회복지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시설에 대한 폐쇄 조치 등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단행하라. 가해를 저지른 직원들에게 관련 자격을 박탈하라. 억압적이고 획일화된 장애인 복지에 대해 반성하라. 말로만 반성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라. 인천의 장애인 보호시설 직원들뿐만 아니라 처우 개선에 게으름을 부리는 행정부 또한 공범이다. 장애인복지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가 먼저 움직여야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사회 전반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요구한다. 장애인복지시설에 학대가 발생할 경우, CCTV 열람 등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을 장애인복지법에 추가하라. 현재까지도 국내 장애인복지시설에 이루어지는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장애인복지법 개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장애인 복지 체계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당사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강압과 폭력은 일체 허용되어선 안 된다.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마땅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과 사회 전체의 반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21년 8월 28일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3Oceans) 단체출범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