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자폐인 여러분, 정말 애쓰셨습니다
- 코로나 시대 속 자폐 긍지의 날을 맞이하여
자폐 긍지의 날(Autistic Pride Day)이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코로나 시대에서 맞는 두 번째 프라이드 데이입니다.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코로나-19 사태는 비자폐인뿐만 아니라 자폐인들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비자폐인에게도 가혹했던 코로나 사태. 자폐인과 그 가족에게는 더더욱 힘들었던 시기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외면할 수 없는 두 죽음이 있습니다.
지난 2월 21일, 20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50대 여성 분이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워왔습니다. 자녀는 도전적 행동이 심해져 특수학교를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을 홀로 양육하면서 얻은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3월 27일, 자폐인 장준호 님이 실종 90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장애인 시설을 이용하려면 코로나 검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기 두려워한 그분은 장애인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고, 집에 고립된 상황에서 답답한 나머지 어머니와 야외에서 놀이를 하다가 실종되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코로나 검사 방식은 일반인보다 예민한 지각을 지닌 자폐인들에게 크나큰 장애물입니다. 또한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은 특히 중증 당사자에게 힘든 도전입니다. 사건 이후 발달장애인 실종 대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반인권적인 주장이 제기되어 자폐인 자조모임 estas가 비판 성명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가 시행되었다면 이 두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 안전망의 가장 취약한 곳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인권과 국가책임제는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에게 당사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분이 있습니다. 자폐인 조원상 님은 7년 전 도예를 체험한 이후로 도자기 공부를 하며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는 이번에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개성이 넘치는 그의 작품에서 신경다양성 단체인 세바다가 가야 할 길을 봅니다. 자폐를 극복하지 않더라도 자폐 당사자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인격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세바다는 포기하지 않고 자폐인과 신경다양인의 곁에 서겠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신 자폐 당사자 분들에게 위로와 큰 격려를 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여기까지 버텨서 이번 자폐 긍지의 날을 맞이한 모든 동지 여러분들,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1년 6월 18일